긴 연휴, 긴 긴 가을비를 보내고 레터를 씁니다. 하늘이 참 맑은 오늘입니다. 추석 지나고 처음 보내는 레터네요. 추석 다들 어떻게 보내셨을까요. 긴 여행을 다녀오신 분도, 아님 집에서 뒹굴뒹굴, 혹시 살이 쪘다! 이런 분도 있을 거고요. 저도요, 살이 쪘어요. 고기를 너무 먹었어요. 거의 매일 고기를 먹었지 뭐예요. 문득, 이렇게까지 고기를 많이 먹어도 되나 싶더라고요. 고기, 고기는 가끔 먹어야 하는 건데, 인간은 고기를 너무 많이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갑자기 막 <동물의 자리>를 읽었던 게 생각이 나고, 채식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게 뭔… 이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시댁에서 차마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어요. 아직은, 고기를 먹지 맙시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없어요. 특히 시댁에 가서는요. 광주에 가면 늘, 진수성찬이 차려지기 때문에, 많이 차리고 많이 그릇을 쓰고 오랜 시간 설거지를 하고, 많이 또 버리기도 합니다. 이래야 할 일인가 싶다가도 무슨 오지랖으로 그런 이야기를 내가 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