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교양 수업의 교수님이 기말 레포트 대신 광화문에 촛불 시위를 다녀오라고 하셨어요. 사진을 제출하면 그걸로 레포트를 갈음해 준다고 하시더라고요. 학점은 사진만 내면 A를 주신다고 했고요. 그 주 토요일에, 광화문에 갔습니다. 대통령 선거 전이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로 있었죠. 자의는 아니었지만, 레포트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미선이 효순이 사건 때문에 시위를 하고 있었어요. 그 사건은 여름에 있었지만 월드컵 때문에 묻혔어요. 그날은 초에 직접 불을 붙이고 참여했습니다. 신발 발등에 촛농이 떨어진 걸 보고, 부모님이 시위에 다녀왔냐고 물으셨죠. 위험한 곳에 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촛농은 잘 지워지지 않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그때도 겨울이었네요.
그 후 다시 광화문에 간 건, 여름이었어요. 지금의 반려인과 데이트를 하러 만난 토요일이었는데, 미국산 소고기 반대 시위를 하고 있었죠. 여름이라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거기서 아는 얼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