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이 빠질지도 모르지만
가정의 달, 5월, 이번 주는 석가탄신일이 있어서, 마치 오늘이 화요일 같은 기분이에요. 그러나, 금요일이고, 레터를 보내는 날입니다. 석가탄신일이 있었지만, 저는 내내 집에서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나의 책을 인쇄 보내고, 이렇게 레터를 쓰는 중이에요. 사실은 어제 레터를 여유 있게 써놓으려 했지만, 계획대로 안 되는 게 우리네 인생사··· 어제는 막판 마감 작업으로 인해 새벽까지 달렸지 뭐예요. 저는 지금 잠을 너무 못 잔 상태라서, 비몽사몽이에요. 오늘의 레터에는 오타가 좀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 혹시 지난번에도 오타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시간을 지켜서 레터를 보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저이기 때문에 오타가 있더라도 레터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마감은 왜 중요할까요··· 음,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까지 마감한다는 태도···를 저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학교 다닐 때 리포트도, 80퍼센트까지만 완성이 되었어도 마감에 맞춰 보내곤 했어요. 마감이 없음··· 아마도 사람은 완성을 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해요. 시간이 무한정으로 있다면, 더 더 더 잘 만들고 싶은 마음에, 계속 붙잡고 있을 거고, 그럼 결국 완성을 못할 거고··· 그래서 마감, 데드라인이라는 게 있는 거겠죠. 그래서 아무튼 저에겐 마감이 중요한 거 같아요. 회사에 다닐 때도, 팀에서 정한 출간 일정을 지키는 게 아주 중요했어요. 금요일 마감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마감인 거죠. 6시 전까지 말이에요.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지만, 6시 전에는 무조건, 마감한다는 그 감각. 틀린 게 있어도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넘어간다··· 완벽보다는 95퍼센트 정도의 완성도를 지향한다··· 이게 선배들에게 배운 태도였던 것 같아요. 완전무결한 책은 없다는 걸, 선배들은 강조했죠. 물론 어딘가에, 완전무결한 책도 있겠지만요.(그 책의 편집자를 존경합니다.😍) 음, 혹시나 오타가 있더라도 이해해달라는 말을 하려고 한 건데, 변명이 좀 길어졌습니다.
5월은 빨간 날이 참 많습니다. 보통 한 달에서- 20일 정도가 평일인데, 이번 5월은 빨간 날이 많으니 평일이 20일이 안 되더라고요. 왜 20일이 중요하냐면··· 바로 이 20일이 주문이 들어오는 날인데 5월은 그걸 채우지 못하니, 아마도 매출이 감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빨간 날이 아니었던, 그러나 빨간 날인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저는 한참을 생각했어요. 왜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 걸까 하고요. 첫째는 학교를 가고, 둘째는 유치원에 가지 않는 근로자의 날···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근로자의 날도, 주문이 없는 거구나! 제 주변 대표님들에게 물어봤어요. 근로자의 날은, 서점 주문이 원래 없는 거냐고요. 바보 같은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회사를 다닐 때는 악착같이 근로자의 날에 쉬었는데, 이제는 근로자의 날에 왜 서점 직원들은 일을 안 하냐며 울부짖네요. 반려인이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빨간 날 싫어하는 거 보니, 사장 다 되었네?!’라고요. 자영업자는 하루 쉬면 하루 매출이 펑크가 나니, 어쩔 수 없는 거죠, 뭐. 역시 그 자리가 되어보지 않음,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저는 또 하나의 기술을 습득했습니다. 3월부터 저는 슬슬 편집 프로그램인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익혀 왔는데요. 아는 1인 출판사 대표님에게 특강을 듣기도 하고, 유튜브도 보고, 책도 사서 읽으면서 독학으로 알음알음 프로그램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드디어 이번 신간은, 제가 본문 디자인(디자인이라고 하기는 좀 어설프고, 그냥 텍스트를 예쁘게 올려두었다··· 라고 하죠😅)을 해보았습니다. 서체를 사기도 하고, 여기저기에서 예쁜 폰트들을 다운도 받고요. 새로운 프로그램 다루는 일은 늘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을 다루어야겠다고 생각한 까닭은 바로 비용 절감 때문이에요.(예산의 한계 속에서 결국, 디자인비용을 조금이라도 절감하자, 고 판단한 거죠.) 현란한 본문 구성이 필요하지 않다면, 제가 슬슬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건방진(맞아요, 건방졌습니다. 어흑😂)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거기에 용기를 더해준 다른 출판사 대표님도 있었고요. 회사 다닐 때, 기본적인 툴을 다뤄본 적이 있어서, 저는 굉장히 무모하고 또 겁이 이상하게도 없는 스타일이라서, 이렇게 된 거 한 번 해보지 뭐, 하고 본문 디자인을 해보았어요. 당연히··· 쉽지 않았고, 여러 번 버벅거리다가, 결국은 해냈습니다. 그러나··· 지금 사실 제 눈알이 빠질 것 같은 ··· 상황이네요. 폰트며, 숫자 폰트는 또 다르게 지정해야 하고, 폰트마다 띄어쓰기 간격은 왜 다른 거며, 텍스트 위치며, 사진 위치며, 누가 쉽다고 했나··· 그러나 무모한 자의 최후는 결국은 끝까지 가고야 만다는 것이죠.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수는 없어, 라는 마음이 저를 늘 잡아끌고 갑니다. 조금만 더 가면 저기가 바로 끝이야, 라는 마음으로 얼얼한 머리를 쥐어짜서 끝내 인쇄용 파일을 만들었습니다. 이상한 용기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저를 늘 이렇게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 것 같아요. 뭐··· 출판사를 차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지만요. 표지 디자인은 이번에 새로운 디자이너와 작업을 했습니다. 꽤 추상적인 원고여서, 아마 작업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얼마나 열정적으로 작업을 하시던지··· 너무나 감사한 과정이었답니다. <하지만, 인디자인을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참 많더라고요.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요. 독립출판물을 낸 분들도 거의 다 혼자서 하셨으니, 프로그램을 기본적으로 다루시더라고요. 한국인은 정말이지 거의 모든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거 같아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뭐 영상 편집 프로그램까지···. 그래서 외국에 나가면, 잘 사는 거 아닐까요···?>
이번주에 마감이 있어서 목요일의 약속도 미루었는데, 만나기로 했던 다른 대표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아니 벌써 신간을 내신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또 신간을 냅니다. 저는 요즘 생각합니다. 욕심이 많은 자의 최후구나···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누가 수습하나? 바로 내가 수습해야지··· 사실 저 울고 싶습니다. 저도 이렇게까지 바쁘게 살고 싶지는 않은데, 제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리하게 많은(계약할 당시에는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또 무모한 마음으로··· 하지만 다 내고 싶은 원고들이었어요.😆) 원고를 계약한 자의 최후로··· 뭐 어쩌겠어요. 책 만들다 응급실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만들어야지요. 앗, 그러나 저 혼자 하는 것은 아니고, 후배랑 같이 재미있게(?) 만드는 중이니 걱정은 마세요. 그리고 쓰러지지도 않을 겁니다. 비타민도 열심히 먹고, 운동도 틈틈이 하고 있으니(언제?) 게다가 어제 몸무게를 재보니, 오잉? 살이 쪘더라고요. 저를 만나는 분마다, 살이 빠졌다고 하시는데, 팩트가 그게 아닙니다. 아주 정확하게 2kg이 쪘으니 전혀, 걱정 마세요. 저는 이상하게도 허리 사이즈는 줄었는데 살이 쪘네요. 희한한 일이에요. 어디가 찐 걸까요. 밤마다 맥주를 마셔서, 내장지방이 생긴 걸까요···? 오늘 밤에는 구석구석 몸을 만져보면서, 어디가 쪘나 찾아내야겠습니다.
느린서재와 계약하신 작가님들은··· 모두가 마감을 잘 지키셔요. 그래서 착착 순서대로, 원고가 들어오는 중이랍니다. 그래서 저는, 최선을 다해, 예쁘게 만들 궁리를 하는 중이랍니다. 그래서 책이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는 듯합니다. 그러니 이번 신간도 기대해주세요··· 제가 정말 정말 관심 있는 주제였는데, 이렇게 또 좋은 저자분들을 만나, 그 생각을 실현할 수 있었거든요. 제목은 바로 바로···· 인스타에 공개하겠습니다.
앗, 어느새 레터도 마감 시간이 다가오고 있네요. 오늘의 레터는 5분 정도 늦을 거 같습니다! 제가 지금 방금 쓴 따끈한 레터가 당신의 메일함에 잘 도착하기를요.
다음 레터에는 <바다숲책방>의 책방 폐업일지를 들고 돌아올게요.
그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