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이익이 남기는 남아? 입니다.
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인 출판을 한다고 선언한 뒤, 많은 사람들이 제게 질문을 했습니다. 같이 일했던 편집자 동료도, 혹은 제 딸의 친구 엄마들도, 그리고 부모님도, 심지어 저자 분들도 모두 걱정스러운 눈으로 절 바라보면서 말했습니다.
"그거 해서 남기는 해?"
네, 아마도 남지 않을 듯합니다.😅 여러분들이 예상하는 대로, 아주 정확하게도, 아주 슬프게도 이익이 남지 않는 게 현실이더라고요. 첫 책을 인쇄소에 보내고 난 뒤, 저는 이런 걱정에 휩싸였습니다. 1500부를 인쇄했는데 재고가 너무 빨리 소진되어서 금방, 2쇄를 찍게 되면 어쩌지? 처음부터 좀 많이 찍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지요. 그렇지만, 걱정이 무색하게도 아직 1쇄가 창고에 남아 있는 중이랍니다.
계산에 약하디 약한 저는 1년 동안 엄청나게 많은 계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쇄비며 외주 디자이너에게 주어야 할 금액 그리고 원천세 계산, 마케팅과 광고 비용 등등, 나갈 금액들을 매달 계산해서 정산하고 각 서점에서 들어오는 비용들도 계산해서 맞추는 일을 반복했지요. 그러다가 깨달았습니다. 저의 인건비로 계산된 금액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알바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편집 및 교정 알바가 작년에 가끔 들어왔는데 그 일들도 현재 진행형이랍니다. 제가 내고 싶은 책의 제작비를 벌기 위하여 저는 종종 알바를 합니다. 알바를 하면 확실하게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하더라고요. 알바를 했으나 돈이 떼이는 일이 발생한 거죠! 2023년은 저에게 판타스틱 추리 스릴러 드라마 같습니다. 자꾸만 자꾸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발생하고, 살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문제들을 겪는 중이랍니다. 그렇다면, 알바비를 떼었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저보다 먼저 알바비를 떼이신 선배님의 조언을 받아 내용증명을 작성하게 되었니다. 살다 보니 내용증명이라는 서류를 쓰게 되는 날도 오더라고요. 내용증명을 저의 클라이언트에게 보낸 뒤, 만약 그 서류가 반송되어 돌아온다면요. 그때는 공시송달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월급쟁이로 살아온 제가, 이제는 법적 다툼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Feat. 소액재판) 인생이란 참 재미있고 슬프고 변화무쌍한 듯합니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런데 저와 닮은 한 분이 또 있더라고요. 책방 월세를 내기 위하여 알바를 하시는 책방지기님이 여기 또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만으로 먹고 살 수 없는 세계가 아주 많이 존재한다는 걸, 조금씩 천천히 깨달아가는 중입니다.
- 건우네 책방이 월세 내는 방법 by 건우네 책방 책방지기
지난 번 레터에 이어 '책방 월세 내는 법'을 쓰게 된 책방지기입니다.
책방을 내기로 결심하고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이었을까요. 리서치를 위한 책방 탐방, 책방 창업 노하우를 얻기 위한 강의 듣기, 책방을 낼 동네 상권 분석, 부동산을 돌며 물건 보러 다니기···.
저는 이것 중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책방을 내기로 마음을 먹자마자 바로 알바천국 어플을 켰지요.
책방 운영에 관해 알고 있는 지식이 거의 전무했던 제가 딱 하나 분명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 책방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책방을 내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이 월세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걸, 매사 어리버리한 제가 이거 하나는 야무지게(거의 본능적으로) 간파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책방을 시작하며 알바도 함께 시작했고, 책방지기가 된 지 6개월 차인 지금까지도 알바를 하며 책방 월세를 아주 성실히 납부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알바를 하러 가기 위해 책방을 비워야만 하는 이 기가 막힌 상황이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책방의 24시간 오픈 방침은 사실, 주객이 전도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방안이기도 했어요. 원래 처음엔 다 이렇게 시작하는 것 아닌가, 라고 하기엔 벌써 반 년째이고, 책방 수익으로 월세를 내는 일은 아직도 묘연하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을 아는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 입니다. “진짜 하고 싶은 거구나, 책방···” 이쪽은 낭만파, 다른 한쪽은 “대체 왜 그런 짓을?” 이것이 대체적으로 정상인의 반응이겠지요. 그러니 “내일 문 닫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내부 사정”을 가진 책방들이 경제적 여유가 있어 취미로 책방을 한다고 종종 오해받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여기, 조금 다른 계산을 해봅니다. 책방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들을 지나왔고, 그 시간들 대부분은 제 마음이 향하는 곳과는 거리가 먼 곳에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 간극을 메꾸기 위하여 많은 발버둥을 쳤겠지요. 공허함을 밀어내기에 늘 즉각적이고 강력한 효능이 있는 쇼핑, 나를 스쳐지나갔을 그 숱한 지름신을 돈으로 환산해보면 한 달 월세의 절반 정도는 되지 않을까 계산해봅니다. 또 상당한 시간을 책 속에 숨어 있어야 살 수 있는 저이기에 책과 함께 있을 공간을 찾아 수많은 카페를 전전했겠지요. 한 달 책값과 커피값 또한 가늠해봅니다.
여기에 《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라는 책 제목에 기대어 책방을 함으로 인해 벌게 되는 무형의 것들(분명 있긴 합니다)도 돈으로 환산하는 어거지를 부리며 꾸역꾸역 우겨봅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영 손해는 아니라고···.
책방을 하는 것을 감히,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일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많은 소설가들이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글을 씁니다. 그분들에겐 그냥 그것이 삶인 것처럼, 도무지 계산이 맞지 않는 일은 지구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책방은 제게 자식과도 같습니다. 자식이 돈이 안 된다고 포기하지는 않죠. 그리고 나중에 돈 잘 벌어오길 목적하며 키우지도 않습니다. 물론 잘 커서 잘 되어서 집 한 채 떡 하니 사주면 좋긴 하지만요. 오해하진 마세요, 저는 돈이 무척 좋습니다. 책을 팔아서 입금된 단돈 몇 만원도 너무 좋아서 입금되었다는 알림을 하루 종일 지우지도 못하고 바라보며 좋아합니다.
돈이 벌어지면 벌어지는 것이 너무 좋고, 돈이 안 벌어져도 너무 소중한데 돈이 안 벌어져서 막막하고, 돈을 더 버는 방향으로 집중하자니 너무나 피로해지고, 아무리 생각해도 돈이 안 벌어져도 지금 이대로 의미와 가치가 충분하고, 그렇지만 점점 잘되서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고, 이렇게 앞뒤 양옆 모순인 채로, 그렇게 이번 달도 무사히 월세를 내고 다음 달도 <건우네 책방>은 존재할 예정입니다. 우리 모두의 삶이 그러하듯이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 이 책은 제가 1인 출판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 책이랍니다. 1쇄 재고가 너무 빨리 소진될까 봐 걱정했던 책이기도 하고요. 오늘 황서미 작가님에게 도착한 편지 한 통이 있네요. 😉
최아영 대표님께. 안녕하세요, <느린서재> 전속 계약 작가(?) 황서미입니다. 2023년 새해가 밝았다며 다들 복복복을 외치던 때가 바로 어제그제 같은데, 벌써 4월 하고도 사흘 나흘이나 지났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나고 난 후 벌써 세 번의 겨울을 함께 지냈던 것 같네요.
우리집에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책이 꽂혀 있습니다만, 아마 이 책은 아영님과 저 둘한테 모두 조금은 슬픈(?) 책이 아닐까 합니다. 만두가 좋아서 한 3년을 전국 방방곡곡 만두를 먹으러 다니고, 그 기록을 놓칠세라 브런치에 한 편 두 편 업데이트해서 올렸지요. 그 원고가 모여서 소개로 만난 운명의 편집자(!) 아영님에게 전해졌고, 정말 최선과 열정을 다해서 이 원고를 다듬어주셨던 것 같아요. 책의 ‘성패’는 잘 몰라도 책의 ‘성정’은 작가의 손에서 먼저 탄생하고, 뒤이어 최종 손질과 결과는 편집자가 빚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 작업을 할 때 기본적으로 내 글과 삶을 좋아하고, 흥미로워하는 분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번 느끼는 중이죠.
만두 책은 참 아픈 책··· 이런저런 속사정으로 책에는 아영님의 이름이 남아 있지만 가슴 아픈 일들이 있었고, 저도 저자로 올라 있지만 그 책 앞에 서면 마치 엄마 잃은 아이와 같은 심정이 됩니다. 다음 책 더 잘 되면 되는 거야! 하고 씩씩하게 매번 마음 고쳐먹었지만, 전국을 누비고 다녔던 그 세월을 생각하면 조금은 코가 시큰해져요. 더 깊은 이야기는 지금 내리는 봄비에 씻어내려 봅니다. 바로 어제 낮까지 세상을 환하게 비추던 벚꽃 잎까지 함께 떨어져 내리니 봄비가 그래도 심심하진 않겠어요. 그래도 그 시간을 함께했기에 조금은 더 단단하게 아영님과 어깨동무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영님은 제 글을 좋아해주고, 잘 읽어주는 편집자입니다. 여기에서 ‘잘’이라는 뜻은 자주라는 뜻도 녹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쓴 글의 의도를 나보다 더 깊이 파악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편집자, 스토리 메이트를 만나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도 굉장한 행운입니다. 마치 내가 쓴 시나리오를 백 프로 이백 프로 이해하고 기대 이상의 영상으로 만들어 낼 감독님을 만난 것과도 같죠. 서랍에 고이 잠을 자고 있던 딸과의 에피소드 글 뭉치들을 톡톡 두드려 깨워준 것도 아영님이었습니다. ‘발굴’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날, 아마 문경에 만두를 먹으러 가던 날 밤이었을 거예요. 2대째 부모님이 하시던 가게를 아들이 이어받아서 하는 곳이었는데, 옛날에는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동네의 명소였다가 이제는 아들내미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리는, 파리만 날리는 곳이 된 안타까운 곳. 전에는 단 한 번도 만두를 남긴 적이 없었는데, 그날은 비빔만두를 시켜서 먹다가 중간에 놓고 나온 최초의 날이었죠. 그날 밤! 아영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 원고를 친구 편집자에게 보여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 재밌겠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용기백배한 아영님이 편집을 맡을 테니 이 원고를 책으로 만들 출판사를 찾아보자고 제안했어요. 나는 너무나 신이 났지요. 그리고, 이 제안보다 더 강력하게 나의 가슴에 남은 것은 바로 작가님 삶을 응원한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겠다는 아영님의 337박수와 옆에서 불어주는 호루라기였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나온 책이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였죠. 그리고, 책 한 권을 만드는 과정에서 더욱 중요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바로 ‘느린서재’ 출판사가 탄생을 한 거죠. 저는 아직도 우리 ‘느린서재’가 오로지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 책을 내기 위해 설립된 출판사라고 온 마음 다하여 착각하고 있습니다. 이 착각은 오늘도 제게 글을 쓸 명분을 안겨줍니다.
그리고 저는 ‘느린서재’의 간판(?) 작가로서 오늘도 활동하고 있으며, 계약서에 서명 후 실제로 준비하고 있는 책은 두 권, 그리고 만약 지금 쓰고 있는 드라마가 터지면(아아~ 제발 터져라~ ) 드라마 대본집까지 함께 작업할 마음의 준비까지 되어 있습니다. 마음 놓고 내 글을 아영님의 <느린서재>에 맡길 수 있지요.
지난주 전화로 이야기하던 중에 아영님은 괜히 ‘느린’ 서재라고 지었나 보다라고 농담을 했지만요, 제 생각에 이름은 정말 넉넉한 템포로 잘 지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트렌드가 빨리 빨리가 아니고 ‘멍’이에요. 불멍, 물멍, 숲멍, 바다멍, 소리멍 등등··· 이제 ‘느린서재’가 우리나라의 책멍을 천천히 이끌어나갈 겁니다. 믿어요.
우리 천천히, 긴 호흡으로, 함께 걸어 가보기로 해요.
또 편지 쓸게요. 안녕.
2023년에 봄비가 내리는 날, 황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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