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만해?” 라는 질문
새 학기가 시작되고, 이제 3월도 셋째 주··· 라니 믿을 수가 없네요. 어김없이 시간이 흘러 또 2주가 지났고요. 그래서 또 메일을 드립니다. 최근에 저는 두 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일주일 간격으로 인쇄소에 책을 맡기고, 일주일 간격으로 보도자료를 두 개를 쓰고··· 책이야 미리 준비해둔 거지만, 후속 작업을 연달아 두 번이나 했더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지 뭐예요. 그렇게 3월이 지나가는 중입니다. 그리고 또 오늘도 역시나 다음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이번에는 재밌는 ‘인스타툰’이에요.) 오늘은, 아니 이번 주는 바람이 꽤 많이 부네요. 봄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저는 패딩을 입고 다녀요. 이런 봄날에 감기 걸리기 딱이죠. 봄이 그리 쉽게 오나 싶어요. 늘 이렇게 매서운 바람이 불고, 옷을 얇게 입고 나갔다가 감기에 걸리고··· 그러다가 봄은 왔는지도 모르게 가버리고요. 사람들은 덥다며 반팔을 꺼내 입고요. 봄 실종이라는 뉴스가 나오기도 하고요. 봄은 늘 그랬던 것 같아요. 봄인가 싶음, 아직 겨울이고, 그새 여름이 오는···. 그래서 3월을 봄이라고 이야기하기 좀 애매한 것 같기도 한데, 그렇지만 봄이 아닌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참 이상한 3월입니다.
사실, 3월에는 좀 미루던 일을 해결했어요. 스레드에서 짧게 썼지만, 동네책방에게 책을 위탁으로 드린 뒤, 결제를 못 받았거든요. 제가 좋아하던 책방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제가 가서 책 소개를 드리면 호의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있었었어요. 당연히 느린서재 책도 입고가 안 되고요. 모든 책방이 느린서재 책을 좋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작년 10월에 우연한 기회로 그 책방에 느린서재 책 세 권을 두고 왔습니다. 기본적으로 위탁 거래라고 하시길래, 그러자고 했어요. 안 팔리면 반품하신다고 해서 그러자고 했죠. 원래 교보문고도 가져갔다가, 안 팔리면 죄다 반품해요. 사실 모든 서점이 그래요. 큰 서점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요. 다만 좀 찜찜했던 건 반품 기한을 그쪽 책방에서 안 알려주시더라고요. 교보는 보통 3~4개월 안에는 다 반품이 들어옵니다. 그 후에 팔린 만큼만, 정산을 해주고요. 그러니까 첫 달에 책이 4~500권씩 나가도 그 금액이 정산되는 건 아니고요. 5개월 후에야 정산을 받을 수 있죠. 팔린 만큼만요. 아무튼 서점의 정산 방식은 그런 시스템이에요. 지금 그 책방에 책을 두고 온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책이 팔렸는지, 아님 반품을 하실 건지 통 연락이 없더라고요. 안 팔렸으면 반품하시라고 제가 최근에 연락을 드렸는데, 느린서재 책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셔서 그런 건지··· 계속 책을 못 주시더라고요. 반품도 안 해주시고, 결제도 안 해주시고, 그냥 세 권 증정했다고 하자··· 라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속상했어요. 그 책을 워낙 고생하며 만든 기억이 있어서, 생각하면 마음이 아픈 책인데 책방에서도 홀대를 받는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더 괴롭더라고요. 그렇게 그 세 권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저를 도와주던 마케터가 그 책방에 가서 다시 말을 했나 봐요. 재고를 찾아서 돌려주던지, 5개월이나 지났으니 반품 없이 결제를 해주라고요. 30권도 아닌데 결제를 못 해주냐고··· 하셨다는데. 30권이 아니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30권이나 두고 왔으면 잠도 못 자겠죠. 저 대신 뭐라 해주는 마케터에게 고마웠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러지 마시라고 했어요. 괜시리 저 때문에 거기 가서 싫은 소리 하셔야 하고··· 얼굴 붉히고··· 이제 그냥, 그 책방 안 가면 되죠··· 앞으로!
다른 출판사 대표님들은 그래서 나는 직거래 안 한다, 괜히 힘만 든다, 교보문고에 집중해라, 전산으로 관리되는 게 낫다··· 등등의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래요. 저도 그럴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괜히 돈도 못 받고 관리도 안 되고, 제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의 일인 것 같더라고요.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데 말이죠. 그러다가 결국 두 권의 책값, 정산을 받았습니다. 세 권 중에 두 권이 팔렸다고 연락이 왔어요. 언제 팔렸는지 알 수 없지만, 문득··· ‘이번 달에 그 책방에 재촉을 안 했다면, 정산 받을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촉 안 했어도 받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두 권 ···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저에겐 소중한 금액, 책 판 돈, 결국 받았습니다.
느린서재는 동네 책방을 좋아합니다. 특색 있는 책방들이 늘어나는 게 좋고요. 그런 책방들과 지속적인 협업을 하고 싶어요. 그렇게 인연을 맺은 책방지기님들과 친해져서 제목 아이디어도 가끔 얻고요. 표지도 제일 먼저 보여드려요. 독자와 제일 먼저 만나는 책방지기들의 의견이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거든요. 신간이 나오면 제일 먼저 입고해주는 책방도 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서, 인연을 맺은 책방들입니다. 태백에 여행을 갔을 때도, 여행지 근처 ‘시시한 책방’에 들렸었어요. 이런 골목에 책방이 있을까 싶었는데, 조용히 필사를 하고 계신 책방지기님을 만났지요. 일부러 찾아온 저를 환대해주심은 물론, 책 소개를 하러 갔다가, 괜시리 응원과 지지를 받고 나오기까지 했어요. 그렇게 전국의 책방을 다 다녀보는 게 저의 버킷리스트인데 이번 달에는 마음이 좀 삐끗했네요.
책이 위탁 시스템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는 댓글이 있었어요. 돈도 안 받고 책부터 보내냐고 하시길래, 교보문고도 그런 시스템이라고 말씀드렸죠. 일단 가져가고, 팔려야 정산이 되는 시스템이라고요. 인세 정산을 해서 보내드리면 저자 분들도 반품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고 하세요. 서점에서는 가져간 책을 다 책임지지 않아요.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고 하죠. 반품하면 끝이니까요. 그런 와중에 띠지는 찢어지고, 책은 손상이 됩니다. 다시 되팔 수도 없죠. 재생 작업을 거쳐야만 한답니다. 저도 그걸 1인 출판하면서 정확히 알았어요. 그래서 이제 책이 초반에 많이 나갔다고 좋아하지도 않고, 조금 나갔다고 실망하지도 않습니다. 많이 나가면 많이 반품이 들어온다는 걸, 작년에 경험했거든요.
조금은 저를 힘들게 한 책을 두 권 팔았으니, 이번에 인세 정산할 때 그 두 권을 포함시켜야겠습니다. 많이 나가진 않았지만, 나간 만큼 꼭 정리해서 저자 분에게 알려드리고 있어요. 가끔은 정산 메일을 하루 이틀 늦게 보내서 저자 분에게 된통 혼나기도 해요. 그래도 잊지 않고 있어요. 제가 계산은 빠르지 않아서 엑셀을 활용해 보내드립니다. 가끔은 서점에서 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정산해야 하는 달이 찾아오기도 해요. 그럴 땐 약간의 카드 대출이 필요하고요. 아마 이번 달이 그런 달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 약간 모자라서 하는 거니까요. 진짜 진짜! 저를 걱정하시지 마세요. 진짜로! 저는 요즘 책 만들고 있어서, 너무 행복하거든요.
어제 예전 회사의 후배 편집자랑 잠시 통화를 했어요. “저보고 할 만해?”라고 묻더라고요. 막 웃었습니다. “응, 할 만하지. 재밌지. 돈이 없을 뿐.” “사장님이 돈이 없어?”라고 하더라고요. “응, 재미있고 내가 내고 싶은 책 내니까 좋아. 돈은 약간씩 순환 중이야. 책 종수가 더 쌓이면 좀 낫지 않겠어?”
후배는 요즘 회사 다니기 싫대요. 나가서 차리고 싶은가 봐요. 회사가 통 재미가 없대요. 그럴 수 있죠. “근데 ··· 그냥 아무튼 다녀봐. 일단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내 회사를 하니까 재미는 있는데, 매일 스펙타클한데, 내상을 입을 때도 있거든···. 그래도 하고 싶으면 해야지! 버틸 만한 체력과 돈은 미리미리 준비하고!”
저는 ··· 하고 싶으면 해야 한다고 봐요. 오늘 하루 재미있게,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은 내가 지면서··· 오늘도 그렇게 살아보려고요. 책임은 내가 진다는 확실한 마음만 있으면 무엇이든 시도해도 된다고 봅니다. 책값 받을 수 있게 도와준 마케터와 그 돈으로 맛있는 걸 먹어야겠어요. 갑자기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진 기분이네요.
다음 레터는 꼭!!! 밝은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다음 주, 제주북페어에 다녀올게요. 느린서재 ‘책팔이’ 저, 창고에 있는 책들을 전부 독자들 손에 전하고 오겠습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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