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일
새해 첫 편지를 드리네요. 어쩌다 보니 새해도 2주가 지났습니다. 사실 따져 보면, 새해라고 뭐, 달라진 게 있을까 싶어요. 그래도 인간이란, 무언가 매듭짓고 싶어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23년이 끝나야, 과거의 실수와 후회들과 안녕,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또 생각하는 거죠. 아, 24년에는 정말 다르게 살 거야, 23년과는 다르게 살 거야, 영어 공부 할 거야, 다이어트 할 거야, 새벽형 인간이 될 거야···. 그리고는 1월이 지나면 우리는 또 생각하겠죠. 구정이 지나야 진짜 새해지, 설이 지나면 진짜 새로운 새해가 시작되는 거야, 진짜로, 설이 지나면 다이어트하는 거야, 그리고 진짜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지···.
가끔은 인간만이 이렇게 어리석은 생각을 할 거야, 라고 상상해 봅니다. 어제에서 오늘이 되었는데 우리들은 23년이 끝나고 24년이 되었다면서, 마치 새로운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 듯 너무 오버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사실 마음만 먹으면, 2월이든, 3월이든, 여름이든, 가을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오늘이라도 마음을 먹으면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하면 되는 거겠죠.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인간에겐 그런 변명을 댈, 새해라는 게 꼭 필요한가 보다··· 라고요. 안 그럼, 다이어트를 아예 평생, 시작도 안 할지 모르니까요.
언젠가부터 저에겐 새해가 의미가 없어진 거 같아요. 오늘이라도 무언가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1일이든 10일든 아무 상관없는 인간이 바로 저거든요. 어느 날은, 반려인이 다음 달부터 다이어트 할 거야, 라는 말을 했는데, 제가 그냥 오늘부터 해, 라고 했어요. 아니래요. 1일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거래요. 그래서 “날짜가 무슨 상관이야, 당신이 마음먹으면 오늘이 그냥 1일이지. 그냥 마음먹은 이 순간부터 하는 거야. 하고 싶으면 오늘부터 하면 되잖아. 다음 달에 하는 게 왜 중요하지? 15일이나 기다렸다가 하는 거보다 오늘 당장 다이어트하는 게 더 현명하지 않아?”라고 말해서😅 반려인을 벙찌게 만들었던 ··· 사건이 있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건 분명 인프피라서 가능했던 생각이었던 거 같아요. 1일이든, 다이어리든, 새해든, 아무런 영향을 안 받는, 일단 지금 꼴리는 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프피의 사고 방식인 거 같아요. 이 레터를 읽으시며 극공감하시는 분이 있다면 아마도 당신은 인프피!(엔프피) 일 거예요.
그런 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23년과 어떤 이별을 하긴 한 거 같아요. 이번에는 저 역시 23년과 같은 실수는 일단 하지 않겠다고 생각과 다짐을 했거든요.(그래도 또 새로운 실수를 하겠죠. 아마도 출판사를 운영하는 내내 그러겠죠. 그러면서 배울 테니까요. 실수가 없는 인간은 좀 매력이 없으니까요.😆) 24년, 지난번에 이야기드렸던 것처럼, 새 창고에서, 새 인쇄소에서 시작하는 것부터가 달라지는 거니까요. 새 창고로 이사 후, 새로운 발주 프로그램에 적응하는 게 낯설기는 했지만, 2주차에 접어든 요즘은 나름 편안하게 시스템을 이용하는 중이에요. 다행히도 창고를 옮긴 뒤에도 꾸준히 도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서 매일 발주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었어요. 더불어 오늘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도서 발주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재고가 0이 되어버린 책도 있었어요. 부랴부랴 오늘 그 책의 중쇄를 찍었습니다. 중쇄 찍는 일은 늘 고민이기는 한데···(찍었는데 그 다음부터 갑자기 주문이 안 들어오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렇지만 이 책은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서 중쇄를 바로 찍었습니다. 새해 운을 이어서··· 계속해서 주문이 들어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새로 옮긴 인쇄소에도 어제 가보았습니다. 규모는 이전 인쇄소보다 좀 작은 인쇄소지만 내실 있게 운영하는 인쇄소라서 마음이 놓였어요. 인쇄소 기장님도 젊은 분이고, 아주 꼼꼼하게 색깔을 봐주셨어요. 여러 번 시쇄지를 확대경에 대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시는 기장님을 보니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인쇄소 사장님께 점심을 얻어먹으며··· 그분의 서글서글한 인상에 또 한 번 마음을 놓았습니다. 3년만 어떻게든 고비를 넘기면 좀 수월해질 거라는 덕담을 들었습니다. 올해가 3년차니까 조금만 더 버텨보라고요. 이렇게 좋은 분들이 많은데··· 어찌되었던 이 초보를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젠 나만 잘하면 된다··· 라는 다짐을 하며 자유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던 인프피에게도 매듭이 필요했던 23년이었습니다. 23년에 저는 많은 시행착오를 했던 것 같아요. 실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반드시 실수를 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도 있기 마련이라고 변명을 해봅니다. 실수를 안 했다면 돈도 더 아낄 수 있었을 테고, 실수를 안 했다면 후회하는 일도 없었겠지만요. 실수를 안 했다면, 내는 책마다 다 성공했다면, 그랬다면 저는 이 레터를 쓰고 있지도 않을 거예요.(혼자 잘난 줄 알고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명을 한다면··· 전 실수를 하지 않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는 거, 그리고 실수를 통해서 더 나아질 인간이라는 점··· 그래서 분명 어제보다 나은 인간이 될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오늘부터, @@ 할 거야, 그렇게 마음먹으면 다짜고짜 오늘부터 1일을 하고 마는 저입니다. 당신도 24년에는 해보세요. 이렇게 하면 사실 다음 달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고, 시간도 오히려 절약되고, 마음먹고 계획 세우면서 초심이 흐지부지되지도 않거든요.
24년, 독자분들의 계획이 궁금하네요. 소소한 플랜도 좋고, 원대한 플랜도 좋습니다. 하루하루 그 계획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나갈지, 같이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어떤 플랜을 가지고 있는지, 메일 보내주세요. 제가 혹시 그 플랜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좋은 건 같이 공유하는 거, 널리 널리 알리는 거, 그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또 어디선가 귀인을 만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당신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주세요. 그냥, 궁금하거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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