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년이 되었습니다
2주가 또 지났어요. 다들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아주 바쁘기도 한 2주였던 것 같아요. 신간이 나와서 홍보를 해야 하기도 했고, 느린서재 2주년이 되기도 해서 몸도 마음도 바빴던 2주였습니다. 2년이 어떻게 흘러갔을까, 싶어요. 1년이 되었을 땐, 암울함 딱 그 자체였고, 2주년이 되었을 때도 상황이 그때와 딱히 달라진 건 아니지만, 스스로를 축하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2주년이라고 말하고 다니기도 했고요. 결과가 어떻든 간에,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책을 만들며 지내온 나를 칭찬해주기로 했어요. 포기하지 않고 내년에도 계속 해보자고, 마음 먹은 나 자신을 칭찬해주기로요.
짠내 나는 이야기는 안 하기로 하고서 또 짠내 나는 이야기네요. 어느 날,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계속 하면서 책이 왜 안 나가냐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제 오늘 책상 앞에 앉아서 책이 왜 안 팔리지? 라고 말하기보다는, 밖으로 나가자, 라고 생각했죠. 교보문고랑 동네 책방들을 검색해서 네비에 찍어 넣고 사방팔방 돌아다녔습니다. 수원, 일산, 김포 등등··· 문이 닫힌 책방에는 그 문 앞에 얌전히 책이랑 명함을 두고 왔고요. 가는 곳마다 친절하게 맞아주시고, 커피 한 잔, 차 한 잔, 내어주시는 책방지기님들 보면서 감사했고, 감동했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책방지기님들은 모두 웃는 얼굴로 저를 맞아주셨어요. 토요일이었는데, 추운데 이렇게 돌아다니며 책 홍보 하냐고, 오히려 저를 걱정해 주셨고요. 보통 영업하러 가면, 신경도 안 쓰고 귀찮아하는 게 정석인데 말이죠. 책 소개를 하는 저를 무안하게 만들지 않으신 책방지기님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전국 책방을 다 돌아다녀 보려고요. 그렇게 해서 전국의 책방을 다 돌고 나서도, 답이 안 보이면 그때 다시 출판을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이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굶주린 마흔의 생존 독서>의 저자분께서 그런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내 책 팔기 위해서라면 전국의 모든 책방 문을 두드려 보겠다고 하셨거든요. 귀한 종이가 폐지가 되지 않도록, 몸뚱이 뒀다 뭐하냐고 하면서 내 책은 내가 팔겠다, 면서 저에겐 힘내라고, 20종 정도 내서 출판사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무조건 버텨야 한다고, 저를 응원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머리가 띵했습니다. 저는 편집자이지만 대표이기도 하면서 마케터이기도 하니까요. 책상 앞에만 앉아서 걱정하기보다 나가서 발로 뛰자, 라고 생각을 했죠. 그동안도 틈틈이 돌아다니긴 했지만, 최근엔 더 많이, 아예 작정을 하고 돌아다닌 것 같아요.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가 그날의 책방 첫 손님인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손님이 아무도 안 들어오는 날도 있다고 말하시는 책방지기님에게, 저도 뭐라 할 말이 없어서··· 차마 입고해 달라는 말은 못하고, 책 소개만 하고 돌아온 적도 있네요.😅
어느 날,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요. 너무 뻔한 말인데 살면서 그 말이 그토록 절실하게 다가온 순간은 없었던 것 같아요. 여태 온실 속에서 살았구나, 싶더라고요. 회사야말로 대형 온실이었어요. 큰 회사 이름 뒤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만든 책들이 그럭저럭 팔렸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 회사에 있는 동안 제가 잘 만들어서 잘 팔았다고 생각했는데, 크나큰 오산이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뻔한 말인데, 그 말을 들으면서 바로 그거다, 싶더라고요. 내가 열심히 발로 뛰면, 하늘도 나를 도와주겠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저는 종교가 없어요😅) 책상 앞에 앉아 울고 있기보다는 독자 한 명을 만나고, 책방 한 곳에라도 더 가보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이 책이 꼭 필요한 독자에게 갈 거라고, 그런 인연이 생길 거라고 믿어보는 요즘입니다.
종이값이 또 올랐다고 제작처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요즘 책이 안 팔리는 건 아니지만, 종이값 오르는 속도를 제가 따라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제작비 때문에 어떤 날은 숨이 턱턱 막히기도 하지만··· 그걸 상회할 정도로 한 번 열심히 책을 팔아보겠습니다. 일단 스스로를 돕고, 그 다음은 하늘이 도와주시겠죠. 일단 갈 때까지, 가보자고요.
서점 리스본에서 12월 8일(7:30) 이피디 북토크를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떤 일 때문에 등교 거부를 하는 이피디의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 비하인드 이야기, 그리고 등교 거부한다는 아들을, 그래라··· 하고 믿어준 좀 특별한 그의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도 같이 해볼까 합니다.(제가 개인적으로 이피디 부모님이 너무 궁금했거든요) 많이 와서 이피디 이야기 들어주세요!
저의 짠내 나는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이렇게 뉴스레터를 쓰고 있을 수 있겠죠?
느린서재 3주년이 될 때까지 함께 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