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다 보니···
긴 긴 연휴가 지나갔습니다. 추석 연휴가 길어서 그랬는지 이번 주가 더 짧게만 느껴지네요. 수, 목, 금 참 알차게 일을 한 거 같습니다. 저는 이번 연휴에 시댁에 가지 않았습니다. 시댁이 광주인데··· 여러모로 할 일도 많았고 일단은 본인 집에 가고 싶지 않아 하는 저의 반려인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친정만 갔다가 집에서 일하며 조용히 보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추석을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 시댁과 친정에 다녀온 뒤, 또다시 여행을 떠나느라 분주했던 분들도 있었을 것 같고···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신 분들도 있으셨을 텐데··· 아무쪼록, 모두에게 적당히 괜찮은 연휴였기를 바라봅니다.
지난 번 레터를 드린 뒤, 그 레터를 읽는 분들이 뭔가 오해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제가 딸에게 돈을 버는 이유로 이야기한 부분들 때문인데요. 사실 딸에게는 엄마도 돈을 벌어야 한다, 라고 이야기했던 게 변명이었던 것 같아요. 음, 뭔가 제대로 할 말이 없어서 그런 뻔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사실은 이렇게 말했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엄마가 일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도 있지만 육아만 하다가 내 인생이 끝났다, 라는 느낌을 가지기 싫어서야··· 나도 하고 싶은 일이 있어··· 하고 싶기도 하지만 진짜, 진짜, 그 일로 어느 정도 성과도 얻고 싶어··· 라고요. 그렇지만 딸에게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어서, 엄마도 돈을 벌어야 한다, 라고 가장, 납득하기 쉬운 말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저는 지금 땅 파서 장사를 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요즘 제가 제일 고민하고 있는 건 바로 마케팅인데요. 사실 뭐, 마케팅 고민 안 하는 출판사가 있을까 싶지만은··· 제가 요즘 들어 더욱, 마케팅에 고민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에요. 얼마 전에 이런 말을 꽤 여러 차례, 그리고 다수에게 들었거든요.
“아니, 왜 책을 (잘) 만들어두고 팔지를 못해요? 이거 벌써 중쇄 찍었어야 한다고요!”
네·· 그러니까 이 말은 저자 분에게도 들었고요. 업계 관련자에게도 들은 말이에요. 음··· 더 팔 수 있는 책인데 제대로 책을 알리지 못해서 못 팔았다는 그런 원망과 구박이 같이 있는 말이죠. 컨셉도 괜찮았고 표지도 예쁘고 심지어 글맛도 일품인데··· 왜 이것밖에 팔지 못했냐는 말을 요즘 자주 듣습니다. “설렁탕을 사왔는데 왜 먹지를 못해···” 소설 <운수 좋은 날>이 생각나네요. 칭찬인지, 구박인지 모르겠는 말! 제가 봐도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책을 만들었는데 말이죠. 저는 마케팅 바보인가 봅니다. 그래서 이래저래 고민도 하고 인스타 광고도 돌리고, 이벤트도 많이 하고 선배들에게 조언도 듣고 그러는 중이랍니다. 그러나 아직도 뾰족한 수는 모르겠습니다. 블로그도 해야 할까요? 아님 인스타 광고를 더 자주 돌려야 할까요?🙄
솔직히 말해서 도서 시장은 지금 너무 포화 상태인 것 같아요. 특히나 제가 주력으로 하는 에세이 분야는 더욱 더 빡 터지는 시장이죠. 시장은 좁고 독자는 한정적이고 신간은 계속 쏟아지는데··· 읽는 사람보다 책 내는 사람이 더 많은 이런 상황에서, 마케팅이란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계속 해봅니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지만, 때때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자사 회사 책을 선물하기로 계속 구매해서 순위를 높인 후, 그걸 온라인 서점에 반영시키는 것도 지금은 공공연하게 마케팅의 기법으로 쓰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떤 회사가 그렇게 한다더라··· 라는 말이 들리고 있고, 심지어 그걸 취재하신 분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고요. 저의 반려인까지도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책의 순위를 올리라는 이야기를 하는 지경인데··· 제가 남편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선물하기는 무슨··· 그것도 다 자본이 있는 회사들이 하는 거지, 내가 하루에 한 권씩 산다고 순위가 올라가겠어?” 올라갈지도 모르지만, 지금 일단 그렇게 할 돈도 시간도 없습니다.
지난주에는 아는 1인 출판사 대표님을 만나서 밥을 얻어먹고 왔습니다. 1인 출판으로 10년 정도 먼저 이 길을 걸어가신 분이니 이것저것 많이 여쭤보고 한탄을 하기도 하고 돌아왔어요. 전자어음 현금 할인하는 방법도 물어보고··· 이상한 저자와 절연하는 방법도 듣고요. 그래도 그 대표님을 만나고 난 뒤 돌아와서 느끼는 건, 그래··· 버티다 보면 될 거야···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대표님도 그리 말씀하시더라고요. 하다 보면, 버티다 보면, 존나게···(죄송😅) 버티다 보면 그래도 다음 달 비용 나갈 거 걱정 안 하는 그런 때가 오기도 하더라, 라고요.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선배들을 보며, 뭔가 희망을 얻기도 합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요.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고, 그들에게 희망이 주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결국은, ‘육아만 하다가 내 인생이 끝났다’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로 그래도 버텨보았다··· 라고 결론을 맺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매번 레터마다 뭔가 비슷하게 책이 안 팔린다는 말만 하는 것 같아서 송구스럽네요. 다음 번 레터에서는 INFP ,인프피 편집자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세세한 밑그림보다 러프한 그림을 그리고 가는 인프피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한 번, 재미나게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과연 재미가 있으려나요?
오늘 밤 아홉시, 《이상하고 쓸모없고 행복한 열정》 인스타 라방이 있습니다. 이봄 작가님과 신나리 작가님의 우당탕탕 판타스틱한 이상한 라이브 방송에 많이 와주세요. 그 시간 동안 사인본을 판매하도록 하겠습니다. 인스타 @yivom으로 오셔요! 기다릴게요.
내일, 토요일, 남성역 근처 <지금의세상> 책방에서 <나를 키운 여자들> 홍현진 작가님의 북토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오셔도 됩니다. 이 책방이 정말 독특한 분위기의 책방이거든요. 홍작가님의 입담은 말해 뭐해요.(미모도...!) 시간 되시는 분들, 놀러오세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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