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보스
“엄마, 오늘 몇 권 팔았어?”
“오늘은 30권.”
“오, 많이 팔았네. 잘했어.”
오늘은 저의 작은 보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네, 맞아요. 저의 큰딸이 바로 저의 보스입니다. 회사를 다닐 때는 오전에 일일판매보고라는 것을 했었어요. 아침마다 각 온라인 서점과 교보문고 정산 시스템에 접속해서 자신이 편집한 책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상사에게 보고하는 거죠. 사실 일일판매보고를 편집자에게 하라고 했던 상사의 의도를 지금 와서 살펴보자면, 책이란 만들고 나서 끝이 아니니 편집자도 책의 셀링 포인트를 고민해야 한다… 뭐 이런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판매보고를 하는 그 시간은 정말 고역이었어요. 판매 부수가 꽤 있는 날은 상관이 없지만, 판매부수가 1, 2, 1, 3… 이런 식으로 왔다 갔다 하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거든요. 그런 날은 괜시리 마케터에게 화가 납니다. 아니, 대체 마케터들은 뭐 하는 거지? 책을 이렇게 잘 만들었는데, 왜 팔지를 못하냐고? 매일 서점에는 나가는 거 같은데, 대체 왜 못 파는 건데?!? 라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실제로 말은 안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저의 실질적인 보스에게 판매보고를 합니다. 하루에 30권이라도 판 날은, 몇 권 팔았어? 라는 말에 기분 좋게 대답을 합니다. 그러나 1권이나 0권인 날에는… 응… 그게, 오늘은 … 주문이 없네…. 라고 괜시리 목소리가 작아지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저의 보스는 1권 팔았다고 해서 저를 타박하지 않습니다. 아, 그래? 하고 요즘 애정하는 책인 <전천당>을 읽을 뿐입니다. <전천당>을 바라봅니다. 어린이들의 베스트셀러, 끊이지 않는 저 열기, 도서관에서는 늘 대여중인 책, 저 책을 낸 회사는 참 좋겠다. 아직도 시리즈가 이어지는 중인데, 대체 언제까지 나는 <전천당>을 사줘야 하나, 저런 효자 상품 하나 있음 참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합니다. <전천당>을 출간한 회사에는 저의 지인들이 꽤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괜시리 오늘 1권만 판 게 미안해서 딸에게 이렇게 말을 겁니다.
"<전천당> 그 책 낸 회사에 엄마 친구가 다닌다!"
"아, 정말?"
"어, 그래서 그 책 보내준 거잖아…."
또 다시 책 속으로 빠져든 나의 보스. 그 책의 시리즈는 끝날 줄 모르고, 아마도 그 회사는 떼돈을 벌겠지요. 부러우면 지는 것이니, 저는 이미 진 걸로 하죠.
딸은 엄마가 일하는 게 싫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엄마가 시도때도 없이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낮에도 일, 밤에도 일, 밥 먹다가도 작가 분들에게 전화가 오면 밥 먹으면서도 전화 통화, 엄마에게 뭘 부탁하면 늘 ”잠깐만~~~, 이것만 하고.” 엄마가 일을 시작하고 난 뒤, 늘 이런다고 하네요. 그전에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엄마가 본격적으로 일을 하고 난 뒤부터, 딸의 불만이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엄마가 일 안 하면 좋겠어! 라는 소리까지 나오게 된 것이죠. 저는 딸에게 되도 않는 변명, 나름의 합리화를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일을 해야 너가 좋아하는 치킨도 사주고 이렇게 예쁜 옷도 사주고 그러는 거야.”
“아빠가 돈 벌잖아.”
“물론, 아빠도 돈 벌지. 근데 아빠가 버는 걸로는 부족해. 이것 좀 봐. 너네가 저녁 먹고 과자도 먹고 과일도 먹고 빵도 먹고 이렇게 많이 먹는데 아빠 혼자 벌어서 이걸 다 어떻게 사겠어. 그리고 아빠가 혼자서 다 벌려면 얼마나 힘들겠어?”
“그건 그렇지. 내가 좀 많이 먹지.”
“그래, 게다가 우리 집은 아이들이 두 명이잖아. 엄마도 일하고 책 팔아야 이런 생활이 다 유지가 되는 거라고.”
그러나 이 말은 말이 안 되는 말입니다. 이 레터를 읽으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 레터를 쓰고 있는 제가 실제로 돈을 벌고 있느냐는 사실 의문이거든요.😅 오히려 돈을 쓰고 있는 거겠죠. 그러니 돈도 못 벌면서 일을 하고 있는 저, 그러면서 딸에게 온갖 불만을 듣고 있는 저.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네요. 저희 딸이 저에게 오늘 몇 권 팔았냐고 묻는 건, 아마도 의심이 가기 때문일 거예요. 엄마가 책을 정말 팔았나? 일은 하고 있는데 책이 팔리는 거 맞아? 이런 의도로 물어보는 거겠죠. 그래도 아직 저의 보스의 기준이 하루 30권 정도라서 안심입니다. 30권 정도 팔면 칭찬 받는 저, 그래서 매일의 부수 최고치를 30권으로 정해두었습니다. 30권이면 정말 많이 판 날, 20권이면 그래도 좀 판 날, 10권이면 그냥 보통인 날, 5권이면 그래도 창고비는 번 날, 1권일 때는… 장보지 말고 냉장고 파 먹는 날로.
둘째는 아직 다섯 살이라, 책 몇 권 팔았냐고 물어보지는 않는데, 조만간 어린이가 되어 둘째까지 저에게 판매보고를 하라고 하면 무척 심신이 괴로울 듯합니다. 두 명의 보스에게 시달리기 전에 어서 하루에 300권 팔았다고 이야기하는 그런 날이 오기를 꿈꿔봅니다. 언젠가는 올 텐데, 조금만 빨리 와주기를 빌어봅니다.
아, 이렇게 쓰다 보니 생각이 났습니다. 얼마 전에 들었는데 하루에 천 권씩 창고에서 나가는 책이 있다고 합니다. 다른 출판사 대표님이 창고에 갔다가 그 광경을 직접 봤다고 하면서 우리도 조만간 한 번 해보자고 하시네요.😅 아니 하루에 천 권 나가는 걸 어떻게 조만간 해봐요. 독자님들, 제게 힘을 주십시오. 꼭 할 수 있다고요. 하루에 천 권씩 나가는 책 궁금하신가요? 그 책은 바로 바로… 피드백을 남기러 패들릿으로 오세요. 패들릿에 그 책의 이름을 적어두겠습니다. 에이,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바로 그 소설, 아닙니다. 아마도 그 소설은 더 나갈 걸요. 일본 넘버 원, 아시아 넘버 원, 그 사람 소설 아닙니다.
오늘도 역시 소소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2주는 정말 빨리 돌아오는 듯합니다. 다음주는 추석이네요. 추석이 반갑지 않으신 분들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반려인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이번 추석은 시댁에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러 일들이 있어서, 이번에는 각자 할 일들을 하기로 했습니다. 추석이 반갑지 않은 분들에게 제가 선물 보내드릴게요. 요기 아래 링크로 주소와 연락처, 이름 적어주세요. 느린서재 책 선물로 그동안 레터를 읽어주신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돈을 못 벌어도 괜찮습니다. 책 받으시고 리뷰만 꼭 올려주세요. 그럼 저는 괜찮습니다.🤣 https://forms.gle/q3M5yAHhcw8wF9Py6
늘 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레터를 씁니다. 느린서재 홍보와는 이미 아무런 상관도 없는 레터가 된 듯해요. 그저 어떤 독자분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레터를 써내려 갑니다. 저는 앞으로도 그저 소소한 레터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혹시라도 하루에 300권씩 파는 느린서재가 되더라도 늘 이렇게 소소한 레터를 여러분들에게 보내드릴게요. 레터는 소소하게 판매는 거대하게 하는 느린서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마무리가 이상하네요. 저 술 마신 거 아닙니다.😂 추석 잘 보내고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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