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는 역시 그림책 아닐까요? 그림책 활동가 현정님의 그림책 큐레이션!😉
안녕하세요? 《그냥, 좋다는 말》의 저자, 그림책 활동가 이현정입니다. 느린서재의 찐팬으로 뉴스레터를 받아오며 언젠가 나에게도 차례가 올 수 있겠다는 예상은 했는데요, 막상 대표님으로부터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는 무엇에 관해 써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려고 하는 새도 없이, 대표님께서 덧붙이셨죠. ‘그림책 소개와 함께’라고. 아, 맞다. 내게는 든든한 지원군인 그림책이 있지!
《그냥, 좋다는 말》을 출간하고 많은 독자 분을 직접 만나고 싶어 이곳저곳에서 북토크를 열었어요. 정겨운 서점에서 다정한 사람들과 두런두런 나누는 책 이야기 시간이란 제가 꿈에 그리던 풍경이었거든요. 하지만 첫 북토크를 준비할 때 저는 무척이나 긴장되었어요.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와주신 분들께 과연 내가 무엇을 드릴 수 있겠느냐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감히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하는 구렁텅이에 빠져들어 가려고 할 때쯤, 역시 저를 건져 올려 준 건 그림책이었습니다.
『너의 특별한 점』(이달 글, 이고은 그림, 김성미 꾸밈/달달북스)에는 목에 점이 있는 아이가 있어요. 친구들이 점을 지적하자 그때부터 점만 보이고 괜스레 움츠러들게 되죠. 그런 아이를 보며 엄마는 ‘비밀스러운 점 이야기’를 해줍니다.
아기들은 태어날 때 첫 숨을 내쉬고 들이쉬면서 ‘숨’을 쉬기 시작하는데요, 아기의 첫 숨은 흩어지지 않고 그대로 몸에 달라붙어 특별한 ‘점’이 된다고요.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점이 있다는 비밀을 말해주지요. 모두에게 있지만 그 점이 특별한 이유는 그 점에는 ‘꿈’씨가 살기 때문이래요. 어릴 적 우리는 꿈씨와 함께 이야기하고 밤마다 특별한 여행을 떠나기도 하죠. 하지만 어른이 되면 너무 바빠서 꿈씨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다시 꿈씨를 만나게 되었는데요. 어떻게 만났는지는 그림책으로 직접 확인해보세요.
하여튼 이 그림책이 저를 또 살짝 밀어주더라고요. 너에게도 너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고, 너의 꿈씨를 소개해 보라고요. 그렇게 저의 꿈씨에게 기대어, 그림책에 기대어 북토크에서 진심을 전했고, 후끈한 열기 속에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그 이후, 세 번의 북토크에서도 늘 그림책이 있어서 든든했고요. 그림책은 신기하게도 처음 만난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내 마음 구석에 창을 낼 수 있도록 해주었어요. 그 창을 열어젖히고 같은 정취를 느끼고 있다는 공감을 간직하게 하거든요.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그림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느린서재의 편지를 받는 분들과 은근한 연결을 원하니까요. 야단스럽지 않고 꾸준한 연결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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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지금 이 편지를 읽으시는 분들은 여름방학이 즐거운 분들보다는 두려운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부모가 되고 나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방학이 두렵다는 것과 월요일이 더 기다려진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겨울보다는 비교적 짧은 시간이지만 배달이 되었든 밀키트가 되었든 온전히 삼시세끼를 차려내야 해서 지칠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큐레이션 해 보았어요.😉
*여름날 아련했던 추억 속으로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티코테 드 퐁벨 글, 이렌 보나시나 그림/길벗어린이)
여름방학, 삼촌 마을로 향한 소년이 한적한 시골에서 자전거를 타며 들판을 달리고 밤늦도록 책을 읽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바다를 마주하고, 그 바다를 찾아온 소녀 에스더 앤더슨과 만나게 됩니다. 육아하고 살림하느라 고이 접어 넣어두었던 사랑의 두근거림을 깨워 줄 그림책입니다. 오늘 저녁 뭐 먹지라는 고민은 잠시 제쳐두고,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던 그 여름의 추억 속으로 푹 빠져보시기를.
*더울수록, 힘들수록, 잘 챙겨 먹어야 하니까
『밥 먹자!』(한지선 글, 그림/낮은산)
매일 외치는 ‘밥 먹자’는 그 말을 누가 나에게 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날, 펼쳐보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직접 기른 작물을 장터에 팔러 나온 농부들, 뜨거운 태양 아래 빨간 고추가 흐물흐물 녹아 고추장이 되어버리죠. 이때 한 할머니가 ‘밥 먹자’를 외치는데요, 모두 일사불란하게 밥을 짓고, 열무, 파, 마늘, 양파를 송송 썰어 참기름을 쭈욱~ 넣고, 고추 녹아서 만들어진 고추장에 요리조리 비벼서 사이좋게 나누어 먹지요. 입맛 없는 여름 식욕을 돋우는, 제철 밥상에 감사하게 된답니다. 자, 책을 펼치고, 밥을 비비고 매콤달콤한 맛을 즐겨보세요. 맛있으면 0칼로리라는 것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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