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이죠? 다시 레터를 보냅니다. 광주에서 올라와 또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네요. 붕 떠 있었던 시간들을 광주에서 보내고 올라와 일상을 보내는 중이에요. 생각보다 정신없고 바쁜 장례 절차들을 마주하고 손님들께 인사를 하다 보니 사흘이 그냥 흘러가더라고요. 어떤 감정도 느낄 틈도 없이요. 장례식이 끝나고 난 뒤, 결제해야 할 목록들, 화장장에 도착해서도 또 결제, 결제… 모든 순간들이 다 결제로 이루어지는 것만 같았어요. 반려인의 누님들이 그러더라고요. 죽으려고 해도 뭐 이리 돈이 많이 들어간다냐, 하고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모든 결정과 결제를 아들인 남편이서 다 도맡아서 했습니다. 그에게는 그것이 좋지만은 않을 거예요. 아버지를 이해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면서, 감정을 제대로 돌볼 시간을 갖지 못했거든요. 그에게 떠넘겨진 선택과 결제, 그는 좀 버거워 보였습니다. 왜 내가… 라는 불만도 얼핏 보이고요.
장례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아버님 물건들을 전부 정리했습니다.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