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선택이 있다. 시간은 꽤 지나서 선명한 모습은 가물가물하다. 잊은 줄 알았는데 누군가 나를 때리는 것처럼 그 선택이 나를 두드린다. 지나간 일을 땅 깊은 곳에 묻고 싶지만, 자꾸만 기억은 살아서 움직인다. 이제는 그 뒤늦은 기억은 내 말을 듣지 않는 괴물이 되었다. 아무것도 정정할 수 없으니, 괴물이 되어버린 내 기억에 나는 힘도 없이 조정당한다.
두고 온 선택이 나를 비웃는다. 왜 선택하지 않았냐고 나를 조롱한다. 나를 괴롭히는 일이 그들의 가장 중요한 일인 것만 같다. 그러나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때 왜 선택하지 않았는지 제대로 답을 못한다. 어려서 그랬다고, 나도 잘 몰라서 그랬다고 대들고 싶다. 그러나 그것도 한심한 핑계인 걸까. 고민하다가 고개를 숙인다. 할 말을 찾지 못한 나는 그저 벌레가 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다. 겨우 생각해낸 게 그런 것이다. 노력하면 벌레가 될 수 있을까. 벌레가 되면 기억이 다 사라질 수 있을까. 괴물이 되어버린 기억을 깨물어 죽일 수 있을까. 그게 보장이 된다면 벌레가 되는 편이 나을